4장 초반에서 이야기 하는 만남에서의 긴장, 공포와 적개심이 나의 과거를 돌아보고 요즘(한국 입국 2년차, 서울) 길에서 지나는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들과의 태도에서 느껴지는 내용이다.
2001년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내가 그런 적개심이 가득한 상태였기에 이 내용을 모르고 지나가지 않았을까 싶다. 고독을 즐기며 주님과의 밀회를 우선시 하게 된 요즘 나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만남에서의 긴장과 공포가 아니라 처음 본 이들에게 줄 수 있는 내 마음의 자리와 여유인 '환대'가 아닌가 싶다.
성인의 무릎밖에 키가 안 되는 아가가 걸어가고 있는데 아가와 상관없이 자기 길을 급히 가다가 아가를 넘어뜨릴 뻔한 아주머니 (아주머니 말로는 아들에게 우편물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자기 아들이 중요했던 거다.)를 향해서도 이해해 줄 수 있는 나를 보고 놀랐다.
5장 환대의 형태에는 부모와 자녀, 스승과 제자, 치유자와 환자를 비유해서 설명하고 있다.
Y대(선교지의 대학)를 떠나서 일년만에 다시 학생들 앞에 서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책의 이 부분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10여 년전 한국의 대학생들 앞에 설 때 나는 그들에게 '내가 무언가 주어야 한다'는 몰입에 빠져서 여유 없는 주인, 혹은 손님을 혼자 둔 주인이었던 것 같다.
Y대에서의 10년을 지내고, 홀로 조용히 아무것도 안하고 아버지 앞에 머무는 일 년을 지내고 난 후, 지금 학생들 앞에 섰을 때 그들을 바라보고 기다려주는 여유가 나에게 생긴 것 같다.
내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시간과 여유를 주는 것이 어쩌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말씀하실 여유를 드리는 것 같고, 하나님께서 주인 되심을 인정하는 것이 되는 것 같다.
6장의 생각과 마음의 가난과 연약함을 자랑함은, 책을 처음 읽은 2001년에는 전혀 동의하지 못하고 물음표를 남발했던 부분이다. 이제는 책을 읽으며 그 물음표들에 동그라미를 쳤다.
2016년 한해, 어쩌면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하늘의 비밀들을 말씀해 주시기 위해,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알려주시기 위해,
여러 가지 가난을 경험하게 하시고
더 낮아지게 하심으로
하늘나라와
더 가깝게 인도 해주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작년 한해를 돌아보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요즘 큐티 본문이 출애굽기이다. 23장부터의 이번 주 내용에는 하나님께서 하나하나 알려주시며 만남(예배)을 준비하게 하신다. 매번 매일 큐티를 통해 ‘내가 할게, 내가 알려줄게’ 하시는 하나님임에도 불구하고 오전 시간동안은 혼자 분주하고 불안하다가 말씀을 떠올리며 평안을 되찾고 그 리듬을 타기(마11:28-30, 메시지성경)를 반복했던 한주 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계속 ‘함께 가자’(아2:13)고 말씀 하시는 아버지께 무릎을 끓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