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지도와 사역]
관상적 경청의 장
2021년 12월 18일
1. 선교지에서의 청년 상담과 전형적인 영성지도의 유사점과 다른 점
2. 청년사역에서 영성지도 활용의 기대점
3. 사역에서의 영성지도 적용 방안
3.1 청년 사역 (조선족)
3.2 대학 교수 사역
3.3 S교회 중고등부 사역
4. 사역에서의 영성지도 기대 효과
본인의 주된 사역의 대상은 청년층이다. 2006년부터 2016년 2월 까지 C국 Y대에서 사역당시 학생 상담의 모양이 영성지도와 유사함을 알게 되면서, 앞으로 다양한 사역의 모양에 영성지도를 접목하고자 한다. 이하의 내용에서는 선교지에서의 청년 상담과 영성지도의 유사점과 다른 점을 설명하면서 앞으로의 사역에서 영성지도를 주로 하고 싶은 이유를 밝힌다. 이어서 지금까지 진행했던 사역에서의 영성지도의 영향들과, 앞으로 예상되는 사역에서의 적용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1. 선교지에서의 청년 상담과 전형적인 영성지도의 유사점과 다른 점
Y대 컴퓨터학과에서 사역 당시 9월에 신입생이 입학하면 한사람씩 면담을 했다. 한 사람당 한 시간 씩을 배정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30여명이 입학하면 모두 다른 이야기로 진행이 되었다.
영성지도에서 처음 지도 받을 내용을 지도자에게 전달하는 것과 같이 신입생들에게는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질문들이 미리 주어진다. 태어나기 전 부모님의 상황이나 가정상태부터 최근 대입의 상황까지 번호대로 질문이 있고, 학생들은 그 질문에 답한 것을 정해진 시간 까지 제출한다. 학생들이 제출한 정보들을 미리 읽고 기도하면서 만남을 준비했다. 그 당시는 알지 못했으나 영성지도를 공부하고 나니 그 모든 과정이 영성지도 준비과정과 동일했다.
상담을 공부하거나 상담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C국의 문화에서 고등학교 까지 졸업한 C족 학생들로부터 그들의 이슈를 꺼낸 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획일적인 교육 환경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선택”하는 경우가 거의 없던 학생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항상 학생들에게 질문을 잘 해야 했기에 매학기 신입생 상담학기 전에는 ‘질문을 잘하게 해 주세요’가 기도 제목이었다. 평소에 루틴하게 하던 업무가 계속 진행되던 상황에서 시간을 빼어서 하는 상담이었기에 따로 시간을 내어서 깊이 기도하기 보다는 매순간 부어주시는 대로 기도해야 했다. 그리고 상담하는 내내 사무실에 성령의 충만을 구했고, 하나님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수시로 기도했다. 하나님의 영광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이유는 하나님도 모르는 무신론자인 C국인 학생이 하나님의 현존을 알게 되길, 하나님을 만나게 되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이 부분은 영성지도 진행 과정중 지도자의 자세와 비슷했다.
영성지도 진행 중에는 피지도자가 의도하지 않게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때로는 학생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다. Y대에서 신입생들 중에는 부모와 어릴 때부터 떨어져 산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기숙사에서 또래들과 살던가, 친척집에 더불어 살았다. 대게의 경우 부모의 살가운 보살핌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그런지, 자기 내면의 깊은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부모에 대한 복잡한 감정들은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상담 도중,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가정사의 비밀을 처음 말로 표현하면서, 눈물보가 터지는 경우도 많았고, 자기도 모르던 자신의 감정이 올라와 당황하면서 우는 경우들도 있었다. 여러 영성지도 사례들을 볼 때 피지도자들이 자신의 비밀이나 인지하지 못하던 감정이나 상황들을 영성지도 중에 인지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Y대에서 학생들과의 만남에서도 동일한 상황들이 자주 발생되었었다.
영성지도의 전형적인 형식과 선교지에서의 상담에서 한 가지 다른 부분이라면 선교지에서의 피지도자는 하나님께 집중하고자 하는 갈망이 없는 상황이다. 선교지, 특히 C국의 경우는 선교대상자가 완전히 무신론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전형적인 영성지도에서 나타나는 피지도자의 하나님을 향한 갈망은 존재 할 수 없다. 그러나 예수님을 소개하기 전에 신의 존재에 대해서 먼저 언급해야 하는데 영성지도 방식의 상담을 통해 피지도자는 하나님을 먼저 경험해 볼 수 있다.
2. 청년사역에서 영성지도 활용의 기대 점
포스트 모던 시대 청년층의 영적인 분위기를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로 표현한다. 이들은 영적인 것을 추구하지만 종교집단(교회)에 소속되지 않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SBNR의 배경에는 교회에서 하나님을 경험하지 못하므로 인한 청년들의 거부 반응도 한 몫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로 인해 큰 공동체로 모일 수 없는 상황들이 생기면서 많은 청년들이 교회에서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영적인 갈망과 필요들이 있다.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만나야 하고 큰 공동체 보다는 소그룹으로 만나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 영성지도는 인격적으로 만나주시는 하나님을 경험 할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그동안 공동체의 믿음이 나의 믿음이라고 착각하던 많은 청년들이 자신의 신앙의 바닥을 경험하고 있는 이때, 영성지도를 통해 하나님과의 개인적인 만남으로 도리어 더 깊은 믿음의 사람으로 거듭 날수 있겠다.
교회에서 많은 사역으로 지치고, 관계가운데 어려워서 교회를 떠났던 청년들이 영성지도를 통해 하나님과 일대일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영성지도를 통해, 교회에서의 일(사역)들이, 그리고 지체들과의 인간적 어려움들이 교회의 전부가 아니고, 그러한 상황들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이해하는 귀한 통로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신앙이 바닥을 치고 있는 코로나의 상황에서도 나를 여전히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어려운 시대에도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경험을 하는 귀한 통로로 청년들을 살리는데 영성지도가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필자에게 주어진 대부분의 사역은 영성지도가 기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 사역에서의 영성지도 적용 사례 및 방안
3.1 청년 사역 (조선족)
필자가 주로 만나는 청년들은 조선족 청년들이다. 코로나 이후로는 오프라인으로는 1-2명의 청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공동체로 만날 때 보다 더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불신자와 신자의 조합으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자연스럽게 불신자의 영성지도가 진행이 가능하다. 앞서 소개한 선교지에서의 상담과 유사하게 진행 되면서 대부분의 경우 자신을 알아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자기를 깊이 알아가면서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피조물 인간) 인지하면서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경우들이 있다.
만남의 유형은 아래와 같다.
(1) 비기독교인과의 만남 : 그들의 이슈를 화제로 이야기 한다. 대부분의 경우 청년 스스로의 필요가 있는 경우에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슈가 없이 만나는 경우에도 그 전까지는 청년 스스로에게 고려되지 않던 것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거나, 간과 하고 있던 부분들이 만남 중에 드러나게 된다. (이경우 지도자도 알지 못한다. 진정한 영적지도자는 성령님이시다.)
(2) 기독교인과의 만남 : 대부분의 경우 만남을 통해 무언가 하나님께서 말씀하실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만난다. 이것은 영성지도에서 피지도자가 하나님께 집중하며 기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언제나 하나님께서는 말씀해 주신다.(히 11:6) 영성지도를 위해 만난 것이 아니지만 모든 자리에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3) 하이브리드 만남 :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이 함께 만나는 자리에서는 대화의 부위기에 따라 다대일 혹은 일대다의 지도 형태로 모양이 자주 바뀐다.
이렇게 여러 명이 만나는 경우 만남 후에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듣기도 하는데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 여성과 남성의 경우 동일한 상황에서 다르게 느끼는 경우들이 많다.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하나님의 터치하심이 각자에게 달랐다. 개인의 하나님을 향한 갈망의 상태 혹은 상황을 깨어서 보고 있는 것 등에 따라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도 다른 피드백이 있었다.
비기독교인이 피지도자의 위치에 있을 때 다른 모든 기독교인 청년들이 함께 영성지도를 하는 모양이 되기도 하는데, 기독교인들이 깨어서 대화와 모임에 임할 때 성령님께서 일하시는 것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때로는 대화가운데 필자가 거리를 유지하고 대화에 거의 참여하지 않으면서 청년들 끼리 대화가 진행 될 때가 있다. 그럴 경우에는 필자가 기도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상황을 관찰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필자가 했다면 생각하지 못했을 질문과 대화들이 오가는 경우도 있었다.
3.2 대학 교수 사역
필자가 강의하는 컴퓨터 과목이 코로나 기간인 11월 중 2주에 걸쳐서, 강의시간에 한 사람당 10분씩 만나서 실습 시험을 진행했다. 영성지도 기말과제로 ‘대학 교수 사역’항목이 들어갈 것은 생각 못했었다. 그러던 중 일대일 온라인 실습 수업을 진행하면서 이전 과기대에서 한 시간 상담이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학기 중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이라 오래 동안 기도 하고 만났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 각자에게 다른 대화들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과기대에서 한 시간에 나타났던 학생들의 반응이 10분 만에 나타났다. 학생도 필자도 놀랐지만 놀람을 뒤로 하고 급하게 만남을 종료하고 다음 학생을 만났다. 여운이 계속되어 하루에 35명 정도를 만났는데도 피곤한줄 몰랐다. 시험을 위해 만난 것이었는데 학생들이 긴장하고 있는 시간 중에도 사랑하고 격려하시며 아이들을 응원하시는 하나님을 내가 경험하니 많이 벅찼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학생들과 일대일로 만나는 시간 뿐 아니라 강의 시간에도 하나님과 학생들에게 집중 하는 마음의 훈련을 해야 겠다.
3.3 S교회 중고등부 사역
교회 학교 사역자로서 예배는 절대 양보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다. 예배를 예배되게 준비하고, 말씀으로 먼저 단단히 하지 않고는 뜬 구름을 잡는 사역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예배에 집중하면서 교사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부장님 부부를 만나고, 교사를 한명씩 만나기 시작했는데 모두들 영적으로 성숙한 분들이라 그랬는지 만남의 시간 동안 촉촉함이 계속 있었다. 주로 식사를 하면서 만났는데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혹은 인수인계를 위해 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서로의 깊은 곳들이 살짝 터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선생님은 두어 번의 식사를 통해 자신의 부르심을 확인하고 삶의 무게가 가벼워지셨다.
코로나로 인해 담임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학생들을 일대일로 만나야 하는 상황이다. 일대일 혹은 학년별로 학생들과 만날 때 “관상적 경청”으로 영성지도에서와 같은 만지심이 있기를 바란다.
4. 나가는 말
학교에서 배우고 책으로 경험한 ‘영성지도’는 일정한 규칙에 의해 진행 되는 것이었다. 그러던중 11월초 리딩 자료였던 논문을 통해 장로교 전통의 영성지도에 대해 하워드 라이스가 목회자의 핵심 이미지를 영적 안내자로 설명한 부분을 보면서 영성지도의 틀에서 자유로와졌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일상에서의 “관상적 경청”의 자세가 훈련되어야 하는 것에서 본 과제에 대한 구상을 하게 되었다. 논문을 읽은 후에 강의하는 학생들과의 일대일 온라인 만남 중에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했다. 지난 시간 동안의 사역을 돌아보며 이미 다양한 사역에서 영성지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정리 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사역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관상적 경청”을 더욱 훈련하고 매순간 먼저 내가 성령님과 함께 하는 훈련에 집중 하도록 해야 하겠다. 영성지도는 일상에서 하나님을 경험 할 수 있는 귀한 통로이다. 영적인 갈급함이 있는 모든 성도들이 하나님을 경험 할 수 있도록 많은 목회자들이 “사역”보다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게 되길, 나부터 일상에서 계속 “관상적 경청”의 자세로 살아갈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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