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지도 실습 소감문
(피지도자로서 영성지도 실습을 통하여 어떤 도움을 얻었는가?)
이번 학기 피지도자로 2번의 영성지도 실습을 하였다. 지도자이거나 관찰자 일 때는 모두 열심히 기록했다. 그런데 피지도자로 임 할 때는 기록을 해놓지 않았다. 타인을 관찰 할 때는 엄격하게 하면서 나에게는 관대한 모습을 이것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수업시간을 맞으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단어가 ‘교만’이었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두주동안 아팠다. 내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고백을 하면서도 내 머릿속에 가득한 것은 ‘내가 참 교만하다’라는 것이었다. 학기 초를 시작할 때도 떠오르는 단어가 ‘교만’이었고, 이제 학기를 마무리 하며 한 학기를 되돌아보면서 ‘교만’을 주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이렇게 교만한 나 임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 동안 은혜가 컸다.
첫째, 개인영성 형성 과목의 매주 교재를 읽을 때 마다 주시는 답과 위로가 있었다. 이번학기 너무 많은 과목을 듣는 바람에 교육목회라는 과목의 책을 못 읽었는데 그 과목의 책들을 통해서도 주실 답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통해 알려주시기를 바라시는(아모스 3:7) 하나님을 꾸준히 경험한 한 학기 였다.
둘째, 물어보는 모든 것에 답해주신 한 학기 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이번학기 신학교를 휴학할 것이냐에 관한 것이었다. 갑자기 많아진 스케줄로 인해서 체력에 무리가 되었다. 스케줄이 생기고 조정될 때 마다 하나님께 여쭤보고 함께 한다고 했는데 너무 늘어나서 이번학기는 일주일에 하루도 쉴 수 있는 날이 없었다. 학기 휴학신청하기 전에 계속 여쭈면서 학교를 휴학하려는 것이 하나님께서 나를 업그레이드 하시기 위한 시간인데 “내가” 두려워서 피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하나님께서 내게 쉼을 허락하시는 것인지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학교 목요 채플시간에 나를 통해 받으시고자 하는 찬양(사 43:21, 찬송가 288장)을 부르게 하시기 위함이고 내가 두려움에 더 이상 노예가 되지 않기를 바라심을 알려주셨다. 더불어 ‘시간’과 엮여 있는 내 안에 하나님을 신뢰하지 못 함을 질책이나 혼냄, 권면이 아닌 직면함으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학교 수련회 목요 채플과 세미나가 있던 날 나에게 이러한 은혜가 있었다.
이날 이후로 에너지가 확보되어 오늘(기말) 까지 물리적으로 힘들더라도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임마누엘을 누리며 지낸 것 같다. 그날 전까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그날이 지나도 체력이 힘든 것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그날 전까지는 체력이 힘들어도 끝까지 책상에 앉아서 무언가 하려고 했다면, 그날 이후로는 아버지의 쉬라는 말씀으로 알고 푹 쉴 수 있었기에 오늘까지 큰 실수 없이 한 학기를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기말고사 인데 밤늦게 까지 깨어 있을 수도 없고, 몸에 계속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와서 잠을 안 잘 수가 없는 구조이다. 하지만 하나님을 신뢰 하므로 한 번에 하루씩(마태복음 6:34) 사는 것을 연습하는 학기가 될 수 있었다.
이런 훈련이 나에게도 유익이지만, 나와 비슷한 상황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익도 있다. 그들은 ‘내가 열심히 해야 하나님이 도와주시죠’, ‘시간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에요?’ 질문이 엄청 많이 쏟아진다. 만약 내가 이번학기에 임마누엘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왜 순종 안하냐며 정죄하고 답했을 텐데 웃으며, 그들을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 ‘그 마음 나도 알아요. 나도 그랬어요’
또 기억에 남는 답이 있다. 지난학기 부터 같은 반 같은 나이의 전도사님 중에서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사람이 한명(A) 생겼다. 동갑이어서 나는 그분이 더 편했던 것 같은데, 참 착하고 선해보였던 A는 여전히 다른 분들께는 활짝 웃어주면서 나에게는 찬바람이 쌩했다. 약간 당황했지만 방학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고 나면 혹시 나에게 서운했던 것을 말해 줄 것이라 생각하고 새 학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새 학기가 되어도 동일한 상황이 계속 되었다.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는 나는, 어떤 공동체에서도 이런 경우는 계속 하나님께 묻고 답을 받지 않으면 내가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대단히 힘들어 한다. 대부분 내가 속한 공동체는 영적인 공동체 인데 공동체 내에서 이렇게 막힌 부분이 있으면 은혜의 파이프가 막힌 듯한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들이 막혀 있어도 내가 아프게 기도하고 노력하는데, 내가 우리학번 은혜의 파이프의 한가운데를 막고 있었다. 크게 보면 학교라는 파이프이고 더 크게 보면 신학교라는 파이프이고, 더 크게 보면 하늘나라 성도들의 파이프이다. 잘못은 분명히 내가 해서 A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 텐데 나는 아버지께 화를 냈다. 이게 무슨 일이냐고 왜 이런 일이 생겼냐고... 알려주시고 이해시켜주시고 풀어주시지 않으면 나 1:1로 대면하겠다고... (상대가 아직 준비 안 됬을 때 내가 이렇게 밀고 들어가는 것은 아버지가 원치 않는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앞에서 거론한 수련회 이후에 건강검진이 잡혀 있었다. 건강검진에는 심리 검사도 포함되어 있어서 MMPI 검사를 하고 건강검진하면서 30분을 심리검사하기로 되어 있었다. 심리 검사에 들어가자 마자 선생님의 질문에 긴 답을 했다. 선생님이 MMPI 검사 결과는 모두 표준 안에 있다고 하시면서 설명을 안 해주셨다. 평균 안에 있으면서도 그래프가 높은 두 개가 있어서 ‘이 두 개는 어떤 항목인데 높은 건가요‘ 질문을 했다. 선생님은 지금 들어와서 내가 나눈 이야기가 이것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하나는 스트레스 반응 지수이고 하나는 자존감 지수라고 했다. 둘다 높아서 다른 사람이 100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나는 10-20정도밖에 안 느낄 것이라고 하셨다. 많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 딱 맞는 은혜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내 주변에 두 개 수치가 나와 반대인 사람은 나를 대단히 힘들어 할 수 있고, 잘못의 원인을 모두 나에게 돌릴 수도 있을 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바로 그때 나의 눈을 안쳐다보고 나를 불편해하는 A가 생각났다. 그리고 A가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그 다음 부터는 A를 이해하고 내가 피해주고, A를 위해 더 기도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동기중에서 아버지께서 마음을 주셔서 특별히 자주 만나는 B가 있는데 B가 바로 나를 불편해 하는 A에게 사역을 하고 있었다. B가 기도할 때 A가 생각났고 그래서 둘이 만났을 때 A가 하나님과 관계에 대한 부분을 등한히 하고 하나님과 사역만 했다는 것을 직면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나도 B도 한 번도 A에 대해 서로 언급한 적이 없는데, 지난주에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가 나왔다.
A는 드러나는 기도사역자 인데 아직도 하나님과 관계 부분은 없이 그저 사역만 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아버지께 죄송했다. 세상에는 나만큼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은혜가 너무 큰데 내가 혼자 누리고 있었다는 마음에 죄송하기도 하고, 어렵게 짜내듯이 사역하는 많은 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이렇게 자세히 알고 나서 A를 위해 기도하고 A를 배려하는게 도리어 A에게 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주로 영성지도 입장에 많이 있었다. 믿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영성지도처럼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제가 삶속에 주인 되신 하나님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이번학기 어쩌면 교회 안에서 영성지도에서 피지도자로 내가 두 번 받게 된 것이 나를 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첫 번째 피지도자일 때는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미리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영성지도 시간에 은혜를 나눌 수 있었는데 도리어 그것이 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15분 동안 너무 내 이야기만 떠들 어서 지도자에게 기회를 안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피지도자 경험은 갑자기 하게 되었는데, 지도자도 준비 없이 너무 갑자기 하게 된 경우라 지도자가 너무 자신감이 없어 해서 나도 편히 나누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피지도자인 내가 너무 교만한 것도 지도자에게 자신감이 없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이번학기 주제가 결국 교만으로 시작해서 교만으로 끝난다. 그 사이 은혜가 아주 많았고 매순간 아버지의 돌보심이 있었으나 그것 때문에 내가 참 교만했다는 마음이 든다. 방학동안 조용한 시간을 내어 다시 한 학기와 일년을 돌아보며 아버지께서 일구시는 새로운 2019년을 준비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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