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1/2)
소통을 위한, 일상에 숨어있는 생각의 도구들과 어릴 때부터 만나기
신학자? 철학자?
철학을 공부한 신학자라고 표현해야 할까? 내가 작가에 대해서 알고 있던 정보는 독일에서 오래 동안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온 후 집에서 딸을 키우며 책을 썼다는 것 이었다. 아내는 밖에 일을 하고 본인은 육아(?, 교육?)를 전담하며 집에 있었다고 했는데 자녀 교육법이 내게 기억에 남았다. 딸과 함께 시를 외우고 둘이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보낸다고 했다. 『생각의 시대』를 읽으며 왜 딸에게 시를 외우게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3부의 내용은 어쩌면,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어릴 때부터 잘 개발 시켜서 조금 더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잘 소통하는 인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안을 소개한 것 같다.
꼭꼭 숨어라
책을 읽으며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손을 놓을 수 없을 때가 몇 번 있었다. 종교철학 강의 시간에 배운 내용들이 나올 때 반가웠고 재미있었다.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와, 그 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호메로스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설명 하는 부분에서는 나의 돌이 깨지는 것 같았다. 철학자들이 정리하여 제시한 이론들의 대부분이,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 한 것 들일 때가 많다. 그래서 철학 수업 시간에 철학자들이 정리한 것들을 보며,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라고 교만했다가도,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정리하지 않은 것을 인지하게 도와준 공로를 인정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생각의 기원이라고 저자가 내놓은 다섯 가지 도구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고, 때로는 그 도구들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놓치게 되는 것들이다. (어릴 때 탐정 소설을 읽다가 당연한 단서들을 놓쳐서 문제를 못 푼 경우가 있다. 대학 때는 간단하게 짤 수 있는 알고리즘을 복잡하게 짠 경우들이 생각의 도구들을 잘 사용하지 못 했던 대표적인 기억이었다. 요즘에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무궁무진 하지만...)
이 다섯 가지 도구는 요즘 내가 가르치고 있는 computational thinking에서 제안하고 있는 방법들의 기원이다. 생각의 도구들이 대개 기원전 철학자들로 부터 정리되었지만 현대에도 (저자가 많은 예로 보이기도 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를 다스리고 조종하는 뼈대가 된다. 결국 computational thinking 안에 ’생각의 도구‘들이 숨어 있었다. 원석을 건진 느낌이다.
현대에 많은 가정이 파괴되고 사회가 건강하지 않게 된 이유 중에 하나는 ‘불통’이 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더 잘 소통하고 공감하게 되면 많은 가정들이 깨지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프로그래밍을 알게 되는 것 뿐 아니라 computational thinking으로 잘 “소통”하게 되기를 바라는 소원이 있다. 고대 폴리스의 사람들이 서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소통‘했던 것 처럼...
우선 이 책에서 사용하는 단어부터 정리를 하면, ‘생각’은 언어적, 기호적 사고인 ‘고차적 의식’을 말하고, ‘지식’은 생각의 결과로 정의한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
1부 지식의 기원에서는 지식의 폭발과 융합을 통해 지식이 생성되는 배경을 소개한다. 지식은 자연을 지배하고 인간을 움직이게 하려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발전한다. 이를 보편성이라고 표현하는데 서양에서는 로고스라 불리고 동양에서는 도, 법이라 불린다. 보편성을 원리, 아르케로 표현하기도 한다.
기원전 8-3세기는 첫 번째 ‘지식의 폭발’ 시대로 ‘축의 시대’라고 불린다. 야스퍼스는 이때부터 인간이 ‘정신적 존재’로 변하면서, 삶이 달라졌다고 표현한다. 동양의 제자백가 서양의 호메로스 등의 시인과 철학자, 기하학자와 의학, 물리학자들이 활동한 시기이다.
그리스에서의 지식의 폭발과 기독교의 출현으로 2~4세기의 그리스 철학과 기독교의 융합이 이루어졌다. 이 첫 융합의 시대에 기독교는 그리스 철학으로 교리를 만들었고 이로서 서양 문명의 틀이 정립되었다.
첫 ‘지식의 폭발’ 시대가 보편성을 추구했다면 두 번째 ‘지식의 폭발’시대인 17-20세기는 과학기술을 통한 확실성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현대에 이르러 두 번째의 지식의 대 융합이 예측되고 있다.
소통을 위하여, 평화를 위하여
생각의 도구들이 준비되고 만들어진 시기를 호메로스(bc800?~)에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시기로 본다. 고대 그리스의 여러 도시의 사람들은 서로 왕래하고, 무역하면서 생기는 모순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했다. 연설, 토론, 논쟁으로 해결하면서 그리스어는 정확하고 명료하게 발달하게 되었고, 이러한 언어의 발달은 사고를 효율적으로 표현하도록 도왔다. 이러한 배경 하에 첫 지식의 폭발이 은유, 원리, 문장, 수, 수사의 다섯 가지 생각의 도구를 발생하게 했다.
‘누군가’ ‘무엇’으로 제시한 ‘기준’ : ‘호메로스’가 ‘글’로 표현한, 주장한, 강요한 ‘보편성’
2부 생각의 기원에서는 호메로스가 야만인과 시민을 구분함으로서 시민의 도덕적 보편성의 기준을 보여준다. ‘보편성’이라는 틀로 공동체를 생존하고 번영하게 하려고 하는 것이 ‘생각의 은밀한 욕망’이 아닐까?
호메로스가 만든 작품들이 그 시대의 사람(그리스 시대를 넘어 그리스 문화가 영향을 미친 서구 전체) 모두를 ‘사회적 기준’이라는 ‘보편화’의 도구로 옭아 멘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과거로 갈수록 다수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보통이 아닌 사람)이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대에는 그러한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잘 찾아가는 문화가 만들어 지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지켜야 하는 법과 도덕적 의무들을 등한히 하는 부류가 생기면서 과거에 없던 사회, 문화적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었다. 보편화된 법과 윤리적 범주가 아닌 ‘진리’가운데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면서 사회가 건강해 지는 것을 바라는 것은 허황된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