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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조나단 에드워즈와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체험 비교 (2/2)

by 말씀묵상과 영성지도 2024. 1. 26.

조나단 에드워즈와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체험 비교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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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는 말

Ⅱ. 조나단 에드워즈

Ⅲ. 윌리엄 제임스

Ⅳ. 조나단 에드워즈의 ‘신앙과 정서’에서의 부흥 경험

Ⅴ.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경험

Ⅵ. 공동점과 차이점

Ⅶ. 나가는 말

 

윌리엄 제임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김재영 역. 한길사.

 

Ⅴ.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경험

 

  고대 그리스 철학은 경험을 이성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겼으나, 르네상스와 현대 과학의 등장은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게 되었다. 근대에 와서는 경험주의가 강조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종교 연구와 종교 철학의 문을 열었다. 종교의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어원을 보면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의식을 가진 공동체로서 그리스어로는 threskeia, 라틴어로는 cultus이다. 종교의 교리적 측면으로 종교를 따르는 공동체가 가진 신앙 체계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의식(앞서 말한 교리적 측면)을 고려한 삶의 방식으로 라틴어의 religio다. 이것은 종교의 기능적 측면으로, 사회적으로 종교가 하는 기능인데 기독교에서는 경건으로 나타나는 삶 일 수 있겠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에서 제임스는 종교의 토대가 되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 다양한 개인들의 종교 경험 사례들이 그들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는데 종교적 경험은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소유한 사람들이 경험 할 수 있는 “내적 종교 현상”이며, 종교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이다. 이러한 종교 경험은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초월자를 경험하는 것으로 초월자와의 만남을 통한 개인의 “근원적 변화”가 동반된다. 

 

제임스는 종교 경험의 본질은

첫째, 초월자와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며, 

둘째 경험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의 변화를 보여주며, 

셋째, 예술 보다 훨씬 차원이 높은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며, 

넷째, 그 변화는 매우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고 밝힌다. 

 

또 제임스는 이 책을 통해 종교가 인류에게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리려 하고 있다.

 

  제임스는 종교적 경험들의 특징을 형언 불능성(Ineffability), 순이지적 특성(Noetic quality), 일시성(Transiency), 수동성(Passivity)의 4가지로 본다. 형언 불능성은 신비적 상태를 표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타인과 나눌 수도 전이될 수도 없는 (지적 상태 라기 보다는) 감정에 가까운 것이다. 둘째는 신비의 경험을 지적 상태 라기 보다, 감정 상태로 분류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상태를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깊이 있는 진리를 통찰하게 되는 상태이므로 순수지성 상태 이다. 상기의 두 가지가 주된 신비적 상태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더불어, 신비적 상태가 일상에서 계속 유지되는 경우는 없으므로 일시성이라는 특징이 있다. 또한 수행자의 노력이나 일정 방법에 의해 자발적으로 신비의 실행이 촉진 될 수는 있지만 특정 신비 상태의 경우는 항상 어떤 (초월적) 힘에 지배되는 느낌을 갖게 되므로 수동적인 특징이 있다. 신비 경험 부분에서 제임스는 신비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신비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부여되는 초월적 권위에 복종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신비 경험에 대한 종교적, 심리적 연구를 통해, 그 신비 경험의 원초적 차원을 찾아낸다면 경험에서 시작하는 신학이 가능하다고 제임스는 주장한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종교에서 철학이 우선적 일 수 없다. 우선순위로 보자면 감정이 우선이고, 철학은 부차적이다. ‘종교학’은 종교적 신조를 제시 할 뿐 종교에서 큰 소리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제임스의 주장이다. 감정은 개인의 경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개인화된 경험들만이 구체적이며, 종교는 그 구체적인 것들에 의해 유지된다. 이는 기독교가 개인 경험으로 계속 이어져 오고, 개인의 경험에는 항상 삶을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감정이 동반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교에서 철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종교학’으로서 종교를 도와주는 것 정도로 정의 한다. 그러므로 제임스는 교의 신학이나 조직신학 등의 원리들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지만, 이미 2강에서 본서는 제도적 종교가 아닌 개인적 종교 연구에 한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책의 전반에 걸쳐서 제임스는 종교의 가치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종교의 신조와 이론들이 맞지 않아 보일 때에라도 종교는 인류에게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이다. 신비적 경험이후 (특히 9-10강의 회심관련 장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차원적 힘에 대한 감각으로 그 삶에 변화들이 수반된다. 윌리엄의 책에서 여러 종교의 사람들의 사례를 다루지만, 종교 경험 이후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통해 자신의 종교를 가치 있게 하며, 삶에 긍정적 에너지를 수반하므로 윌리엄이 말하는 ‘열매’들을 보이고 있다.

 

  신비주의 전체를 놓고 보면, 종교적 신비주의는 신비주의의 일부분에만 해당한다. 정신이상 관련 자료와 종교적 신비주의 외에, 편집증인 망상적 정신이상에서 ‘악마적 신비주의(diabolical mysticism)’를 언급한다. 이는 일종의 종교적 신비주의 이고, 종교적 신비주의와 동일한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비관적인 정서를 동반함으로 악마적인 신비주의라고 저자는 기록한다.

 

Ⅵ. 공통점과 차이점

 

1. 경험의 중요성

   에드워즈와 제임스의 소개에서 확인 한 것처럼, 에드워즈는 감각이나 경험이 지식을 만들어 간다는 기반으로 부흥의 시기에 사람들의 경험들을 연구하므로 참된 신앙과 거짓 신앙을 분별하는 지표를 제시했다. 제임스도 인식과 경험을 종교의 기반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개인적 신비경험과 종교와의 관계를 연구했다. 이와 같이 두 사람 모두 개인의 경험이 종교와 관계가 있음을 전제로 연구했음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최근의 많은 학자들 또한 종교 경험이 개인의 감정, 정서, 지적 차원과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2. 감정의 중요성

  에드워즈는 감정과 의지를 포함하는 의미인 정서가 의지에 영향을 주며, 신앙은 의지가 표현되는 곳이므로 신앙과 정서가 연결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제임스 또한 감정으로 표현된 부분을 종교 경험에서 주요하게 다룬다. 결국 종교 경험이란 감정과 무관 할 수 없다.

 

3. 두 종류의 구분 : 바른 증상과 바르지 않은 증상

   에드워즈는 미국에서의 두 번의 부흥이 사거라 드는 것을 보면서 모든 정서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님을 알고, 참된 신앙의 정서인지 거짓 인지 판단하도록 했다. 참된 신앙의 정서인지 아닌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회심을 통한 본성의 변화였다. 제임스 또한 종교적 신비주의와 ‘악마적 신비주의(diabolical mysticism)’을 구분했다. 종교적 신비주의를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성숙한 성품으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신비주의를 경험하는 순간에 초월적 지식을 인지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악마적 신비주의’의 경우는 신비주의의 경험의 시간동안 부정적 정서들이 지배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

 

4. 경험의 결과

  부흥의 참된 은혜의 정서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변화가 있었다. 한 지역에 부흥이 임하게 되면, 범죄율이 줄어들고, 술집이 문을 닫았고 길에서도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임스는 이것을 “열매”를 보고 안다고 표현했다. 제임스가 연구한 대부분의 종교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서도 윤리적, 도덕적, 인류애 적으로 선한 “열매”가 나타났다. 부흥의 결과도 그 열매가 하나님과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는 등 긍정적인 정서들이 개인과 사회에 편만하게 된다. 두 사람의 연구 결과 모두 종교의 경험을 통해서 본성의 변화로 인한 삶의 “열매”가 맺혀진다. 좀 더 자세히 설명 하자면, 에드워즈가 말하는 참된 부흥의 정서의 12가지 중 1-4의 표지와 5-12의 표지로 분류한 것과 제임스의 종교 경험의 4가지 특징이 비슷하다. 에드워즈의 1-4의 표지는 정서 발생의 근원에 대한 설명이며, 5-12의 표지는 정서의 결과인 행위 부분으로 에드워즈는 ”기독교인의 실천”인 표지 12를 가장 중요한 표지로 설명한다. 제임스의 종교 경험 4가지 중 첫째는 둘째부터 넷째 까지의 특징의 발생의 기반이 되는 초월자와의 만남이다. 그리고 둘째부터 넷째까지는 에드워즈의 5-12 표지와 같은 행위 부분의 특징을 보여준다. 결국 에드워즈도 제임스도 종교 경험을 통해 개인의 “근원적 변화”가 동반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Ⅶ. 나가는 말

  제임스는 신학 안에 신비주의 “독특한 정서적 분위기를 위한 자리”를 만들게 된다면 철학과 신학이 기반이 되어 신비주의를 통해 신학이 더 긍정적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한다. 이것은, 1750년대 청교도이자, 정통 칼빈주의 신학자인 조나단 에드워즈가 종교와 심리학, 신학을 종합한 작품인 『신앙과 정서』로 이미 시작 한 것은 아닐까?

 

  결론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 논문이 아니었다. 조나단 에드워즈와 윌리엄 제임스 둘 다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둘 사이의 차이점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했었는데,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종교의 증상에 대해서 연구한 두 사람의 대표적 작품에서 일치 되는 부분을 찾게 되어 하나님의 경륜을 본 듯하다. 정통 칼빈주의와 심리학자의 연구 결과가 비슷하다는 것에서, 지혜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성전 앞에서 하신 “이 모든 것이 다 내 손으로 지은 것이 아니냐”(행7:50) 말씀이 생각났고 이방인 고넬료에게 보내시기 위해 고정된 틀에 박혀있는 베드로를 세 번이나 설득하신 하나님의 열심이(행 10:1-48) 생각났다. 우리는 유대인과 이방인, 정통신학과 경험주의 심리학 이렇게 구분하고 나누지만 이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 하나님이시다. 이번 논문 또한 모든 학문가운데서 하나님의 경륜이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준 예가 되길 바란다. 학문이 문제가 아니고 항상 오용하는 우리 인간의 욕심이 문제인 듯하다.

 

  일차자료로 사용한 책들은 모두 중요한 책들 이었는데, 완독하거나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충분히 조사하고 연구하지 못해서 용어와 개념의 정의를 명확히 못하고 시간에 끌려 진행한 부분이 아쉽다. 『Religious Affections』은 국내에 『신앙과 정서』와 『신앙 감정론』으로 두 권이 번역되어 있는데, 처음에는 두 책이 같은 책인지 모르고 진행했다. 두 권을 같이 두고 비교하면서 보았으면 더 풍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일차자료의 원본이 아닌, 번역본을 참고한 관계로 많은 소논문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그러는 중에 본 논문의 주요 주제와는 거리가 있지만 더 깊이 있는 세계를 만나기도 했다. 논문을 써야 하는 시점에 와서야 너무 방대한 자료를 두 개나 다루고 있었다는 때늦은 주제파악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보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제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 경험과 조나단 에드워즈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조금 감을 잡은 것 같다. 이번 논문에서는 기독교와 종교의 차원에서 부흥의 시대에 영향을 끼친 청교도 신학자 조나단 에드워즈와 심리학의 대가인 윌리엄 제임스의 연구 방법과 결론에 대해서 간단히 다루었다. 기회가 된다면 두 대가를 조금 더 깊이 연구하여 한국 기독교와 목회자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정리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문헌 

 

[일차자료]

James, William.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 김재영 역. 파주: 한길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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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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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표준국어대사전」 https://ko.dict.naver.com/#/search?query=경험. 2021년 5월 10일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