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일런스"(SILENCE)
엔도 슈샤쿠의 "침묵"
20대에는 참 많이 바쁘게 살았다. 그 시기에 말씀에 대한 갈망과 성경공부 혹은 영적 공동체에 대한 갈망이 있었지만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버스 안에서 성경을 읽던 것, 주일이면 교회의 모든 예배시간을 지켰던 기억이다. 청년들은 참여하지 않는 예배시간에 어른들과 계속 함께 예배드렸다. 그만큼 예배에 목말랐었다. 그렇게 성경 외에는 다른 기독교서적을 읽지 못하던 시절에 딱 한권 읽은 책이 ‘침묵’이다. 기독교 서적을 읽어서 답을 찾은게 아니라 질문 속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질문은 참 오랜 세월 내안에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학생들과 모임을 할 때 ‘침묵’영화도 보고 토론도 했었다. 내게 떠올랐던 질문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공유했다. 학생들은 영화에서 찾지 못한 답을 책을 통해 찾겠다고 책을 구매하기도 했다.
이번학기 시작 될 무렵에 갑자기 ‘침묵’이 생각났다. 책을 읽은지 20년만에야 알게 되었다. ‘침묵’. 하나님께서는 왜 답을 하지 않으셨을까. 내 삶에서도 참 조용히 지나간 시간이 많다. 선교지에 10년을 있으면서 부당한 일들도 많이 당하고 많이 기도도 하고 나서야... 그렇게 혼자 정리하면서 아버지께 감사 할 무렵... 수업의 교수님께서 선택한 영화가 ‘침묵’이라고 하셨다.
아쉬운 것은 책에서는 계속된 하나님의 침묵을 영화에서는 내적 음성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봤을 때는 크게 거슬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이번에 다시 보면서 너무 놀랐다. ‘어? 침묵인데 ?’ ... 책에서 확인하고 나머지 부분을 쓰고 싶어서 11월 초에 여기까지 쓰고 멈췄다. 그리고 기말고사 기간 급하게 기말 과제에 떠밀려 새벽까지 다른 과목을 하다가 책장 깊숙이에 있는 ‘침묵’을 꺼냈다. 267페이지에 ‘밟아도 좋다....’ 제출해야 할 기말 과제와 상관없이 눈물이 난다. 나를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 내가 오로지 의지할 한 분.. 나의 예수님..
이십년 전보다 아버지와 약간 친밀해 졌나 보다. 이제 하나님의 침묵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하나님은 침묵하고 계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 믿음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세대들은 말한다. ‘왜 하나님은 일하지 않는가?’ ‘힘 있는 하나님을 보여달라’ ‘하나님이 일하시면 믿겠다’ 하지만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내려오지 않으셨다.
십자가에서 내려올 수 있는 예수님이 내려오지 않으셨다.
조용히 감당하셨다.
예수님이 하나님과 온전히 함께 하심으로
자신의 사명을 감당하셨던 것처럼
나도 나의 모든 삶에
하나님과 함께 함으로 예수님의 본을 따라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