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형성 훈련의 이론과 실천> 제2장 말씀의 떡 씹기
멘토를 정해야 하는 시기에 자꾸 연락이 오던 (장)목사님이 있었다. 경험이 많으셔서 말이 많으신 분이라 이야기를 듣기 보다 많이 하신다. 영적으로 많은 진보가 있겠지만 교수님이 요구하는 조건에서 약간 벗어날 듯 하여 다른 분을 멘토로 정했었다.
그런데, 지난 주일에 이분을 만나면서 내적으로 큰 회오리 바람이 쳤다. 그중에 하나가 ‘말씀‘이었다. 학교를 진학하고 강의자리가 생기는 휘몰아 치는 그 시기에, 여호수아가 기브온 사람들을 하나님께 묻지 않고 받아들인 것처럼 나도 그냥 아버지와의 깊은 확인 없이 진학도 강의도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 보니 1월 이후로는 말씀으로 확증 받으며 움직인 게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대한 공부에 쫓기지 않고 아버지와의 만남을 최우선에 두고, 그 어떤 것도 우상으로 두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시작한 공부였지만 쫓기지는 않았어도 공부의 우선순위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올라왔던 것 같다.
다시 말씀으로 돌아가는 시즌을 만나며 ’말씀의 떡 씹기‘ 부분이 꼭 나에게 아버지께서 지금 먹여주시는 말씀인 것 같다.
말씀을 보거나 독서를 할 때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께서 나를 알고 있다고, 나의 상황과 환경을 아신다고 말씀하시는 듯 말씀하실 때가 참 많았다.
교재에서는 성경을 지식적으로 습득하는 첫 단계와 통찰이 있는 두 번째 단계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말씀에 깊이 빠져 들어 읽어 들을 때는 나도 모르게 통찰로 들어가는데 학기가 시작한 이후로는 그런 시간이 없었다.
말로는 계속해서 ‘말씀 하옵소서 주의 종이 듣겠나이다’ 했는데 실제로 나는 말씀 가운데 머무는 시간이 없이 형식적 말씀 읽기, 임무 완수용 책읽기였다.
여유 있는 시간과 여유 있는 장소, 나의 일정을 내려놓고 아버지 앞에서 고요히 있어야 했는데 나는 모든 시간에 ‘철저하게 타인’이 되지 못했다. 이번 독서 내용과 목사님과의 만남은 아버지의 열심의 결과 인 것 같다.
주중의 QT 본문은 출애굽기 성막 만들기 였다.
말씀을 따라 읽어 가면 대충의 도면을 그릴 수 있고 머릿속으로 상상이 가능하게 하나님께서는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나의 삶에서도 지금까지 그렇게 인도해 오셨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하실 것을 기대한다. 얼마 전 초대 교회의 역사를 공부할 때 만해도 고난에 대해서 동의 했다.
하지만 지난주 내가 한번 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당했을 때 아버지 앞에서 계속 의아해 했다. 분명히 몇 주 전만 해도 ‘고난이 내게 유익이다’라고 나 스스로 고백했는데 삶속에서 만난 진짜 난관 앞에서 나는 ‘왜 고난이 꼭 있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지난주일 설교와 장목사님과의 만남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함’이라는 답을 (묻지 않았는데도) 재차 듣게 되었다.
출애굽 할 때
이스라엘을 디테일 하게 인도하셨던 그 하나님께서
지금 나를 디테일 하게 인도하고 계시고,
나는 순종하면 된다는 믿음이 지금 내게 참 많이 필요한 시기다.
제대로 듣고 잘 순종하고 싶다.
이번엔 말로만 ‘듣겠습니다’가 아니고 진짜 아버지 앞에 깊이 머물러 듣고, 누리며 이 시기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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